청어(靑魚) 아리랑예로부터 가난하고 여윈 선비를 살찌게 한다는 ‘비유어(肥儒魚)’, 알이 미숙한 것은 ‘푸주치’, 크고 알이 든 것은 ‘구구대(서울)’, 살찌고 알이 있는 것은 ‘울산치’. 특히 큰 것을 ‘고심청어’, 다년생을 ‘눈검쟁이(포항)’, 생것은 ‘비웃’, 말린 것은 ‘관목(貫目)’ 그리고 봄에 잡히는 알 없는 것은 ‘갈청어’라는 애칭이 붙어 있다. 이것은 모두 청어(Pacific herring)에게 붙여진 이름들이다. 또한 “재물보”에는 ‘누어’라고도 하였다. 또 이규경(李圭景)의 “오주연문장전산고”에 청어는 연기에 그을려 부패를 방지하는데 이를 ‘연관목(燃貫目)이라 한다고 적혀 있고, “명물기락”과 “규합총서”에는 ‘비웃(강원지방)을 들어보아 두 눈이 서로 통하여 말갛게 마주 비치는 것을 말려 쓰는 그 맛이 기이하다’라는 기록도 있다. 또한 청어의 알은 귀한 대접을 받는 일품인데 베스트(Best) 5에 철갑상어의 알인 캐비어, 청어알, 연어알, 숭어알 그리고 민어알이 들어 있고, 우리나라 남쪽지방 사람들과 일본 사람은 정초에 많은 자손을 얻겠다는 의미에서 청어알을 먹는 관습이 있다.

청어는 냉수성 어류인데 옛날에는 우리나라 전 연안에서 어획되었으나 최근에는 주로 동해와 서해에서 어획되고 있다. “세종실록”과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진도의 연안에서 주로 어획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청어는 옛날부터 산업적 가치가 높은 어류로서 도처에서 어획되고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보면 ‘세간에 전하는 말로써 매년 겨울에 청어가 생산되는데 첫 산출물은 임금님에게 진헌(進獻)한 뒤에야 제읍(諸邑)에서 이를 잡기 시작하며 그 산출의 다소에 의하여 다음해의 농사의 풍흉을 점쳤다’고 하여, 청어무리의 다소를 농사와 연결 지어 생각했을 만큼 관심이 큰 어종이었다. 1595년(선조 28)임진왜란 중에는 이순신 장군 휘하의 수군도 청어를 잡아, 곡식을 싣고 가는 배의 곡식과 상호 물물교환 하여 군량미의 일부를 조달하였다는 기록이 “난중일기”에 나온다.

광해군 때에 허균(許筠)이 지은 “성소부부고”에 의하면 청어는 4종이 있고, 지방별로 맛이 다르다고 기록하고 있고, 이익(李瀷)의 “성호사설” 서유거(徐有渠)의 “난호어묵지”와 정약전(丁若銓)의 “자산어보”에는 청어의 회유로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다.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과학적 신빙성은 떨어지지만 회유로와 동.서해의 청어는 계군이 다르다고 기록되어 있다. 특히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장창대(張昌大)라는 사람의 말을 인용해서 영남산은 척추골이 74개이고, 호남산은 53개라고 하였으나 이 또한 사실과 다르다. 조선시대에는 세망(細網)이라는 명주실로 만든 자망이 사용되었고, 서해안에서는 어전(漁箭)이나 중선망(中船網)과 주목망(柱木網)이 그리고 남해안에서는 정치망(定置網)이 사용되었다.

지난날 청어자원은 일본, 캐나다, 미국, 러시아, 멕시코 등 세계 도처에서 심한 자원 변동 폭을 보였는데 우리나라 연안에서도 아주 심한 단기, 장기적인 변동을 보여 왔으며 1970년대부터 서서히 어획되기 시작했다. 노년층에 속한 분들은 일제시대에는 청어가 많이 잡혔고, 맛 또한 일품이었는데, 수많은 요리가 개발되고, 입맛과 기호가 달라진 것은 생각지 않고, 요즘 청어는 맛이 없다고 말한다. 과메기의 원조는 청어이나 청어자원이 줄어들면서 꽁치로 과메기를 만들게 되었다. 그러나 원래는 겨울에 잡은 청어를 배를 따지 않고 소금을 치지도 않은 채 그대로 엮어 그늘진 곳이나 부엌 살창부근에 걸어두면 밥을 지을 때 마르지 않은 청솔가지를 많이 때는데 이때에 연기가 살창을 통하여 빠져 나가 자연적으로 훈제품이 되었다고 한다. 냉동과 해동을 반복하면서 동건품(냉훈법)으로 만들어 진 것이 과메기인 것으로 궁중에까지 진상되었다.

과메기라는 말은 청어의 눈을 꼬챙이로 꿰어 말렸다는 관목(貫目)에서 유래되었는데 ‘목’을 구룡포 방언으로 ‘메기’라고 발음하여 관목이 ‘관메기’로 변하고, 다시 (ㄴ)이 탈락하면서 과메기로 굳어졌다고 한다. 청어는 단백질 함량이 17.4%로 이를 구성하는 단백질은 필수아미노산 로이신 라이신 이소로이신 발린 메티오닌 페닐알라닌 트레오닌 등이 차례로 들어 있어 그 질이 매우 우수하다. 청어의 지방은 12.6%로 불포화지방산인 EPA와 DHA함량이 높아 혈관확장 작용 등 성인병 예방에 좋고, 과메기를 안주삼아 술을 먹으면 취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숙취해독을 시킬 수 있는 물질인 ‘아스파라긴산’이 엄청나게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영어권에서는 훈제 청어를 red herring (또는 smoked herring)이라 하는데 ‘화제를 딴 데로 돌리게 하는 수단’이란 말로도 쓰이고, 증권용어로는 ‘예비사업 설명서’라는 뜻도 있다. 청어의 간에는 B12가 다량 함유되어 있어 빈혈이 있거나, 하체가 빈약한 사람이 먹으면 좋고, 한방에서는 청어젓에 백반가루를 개어 붙이면 ‘이명래 고약’의 효과를 본다고 하며, 쓸개는 각종 눈병에 이롭고, 청어젓은 단독(丹毒)에 바르면 빠른 효과가 있다고 한다. 특히 청어죽은 보신제와 병후 회복제로 애용되고 있다. 청어의 천적은 독수리 갈매기 가마우지 바다사자 바다표범 등이고 냉수성 어종에 적합한 수온 유지와 영양염류가 자원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에서는 지난 5월 17일부터 일주일간 실시한 동해 연근해 어업자원을 조사한 결과 동해안 수산생물의 다양성이 높아져 가을철 청어의 어획이 순조로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리랑은 그 다양한 복잡성 때문에 역사의 변화와 사회의 변화 속에서도 살아남는 강인한 적응력을 향유할 수 있었다. 청어자원도 해양생태계의 극심한 변화 속에서도 꾸준히 살아남아 청어 애호가들의 입맛이 살아나고, 청어 아리랑이 불리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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