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치와 관련된 속담에 ‘하얀 이밥에 갈치’와 ‘갈치가 갈치 꼬리 문다(동의어로 망둥이 제 동무 잡아먹는다)’라는 것이 있다. 갈치는 우리 국민의 음식 문화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정서적인 어류의 하나이다. 주로 서해. 남해에서 어획되는 회유성 어종으로서 수온이 내려가는 겨울철에는 제주도 서쪽 바다나 동지나해의 수심이 깊고, 수온이 따뜻한 해역에서 지내다가, 봄이 되면 먹이가 풍부하고 수온이 따뜻한 연안 해역으로 멸치, 새우 오징어 떼 등을 쫓아 회유하다가 여름철에는 떼를 지어 산란장을 찾아 북상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한편 집단이 커지거나 굶주리면 자기꼬리를 먹거나, 서로 잡아먹는 공식(共食) 현상도 있다고 한다.

‘세종실록지리지’에는 경기도와 충청도에서,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충청도, 강원도, 전라도 지방에서 나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으나 제주도 해역에 대한 기록은 없다. ‘난호어묵지’에서는 갈치를 염건(鹽乾)하여 서울로 보냈는데 맛이 좋을 뿐 아니라 값도 싸다고 하였고, ‘한국수산지’에 의하면 모심기를 할 때 가장 많이 소비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주로 7-11월 사이에 많이 잡이며 쌍끌이저인망이나 근해안강망, 대형트롤, 대형선망 그리고 근해채낚기를 이용하여 포획하고 있다. 주 어장은 EEZ 설정 후 약간 축소되었으나 1974년에 17만 톤으로 가장 많았으며, 1983년에 15만 톤으로, 이후에는 감소 또는 답보 상태로 어획되고 있다.

갈치 표면은 은백색으로 비늘이 없으며 핵산의 염기 중에 구아닌(Guanine)이 결정화된 것이다. 남태평양과 칠레, 페루의 해안에는 엄청난 수의 해조류(海鳥類)가 서식하는데 이들의 배설물에도 구아닌 성분이 많다. 이것은 인조진주 광택에 이용되고, 색조화장품 특히 립스틱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갈치 표면의 구아닌 성분을 제거하지 않고 먹으면 설사나 복통, 두드러기 등의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기도 한다. 따라서 갈치 전문식당에서는 호박잎으로 표면의 은백색을 제거하고 있다.

갈치와 호박 그리고 무는 궁합이 잘 맞는 음식이다. 갈치에는 양질의 단백질과 지방이 많이 함유되어 있으며, 지방은 불포화 지방산으로 이중 결합이 두개 있는 리놀산이 많은 것이 특색이며, 또한 다가 불포화 지방산인 DHA. EPA도 많이 함유되어 있다. 그리고 비타민 A와 B, D, E군이 골고루 들어 있어 기억력 증진, 각기병 예방, 야맹증 예방, 빈혈방지와 소화불량에도 도움을 주고 있고, 나이아신이 비교적 많이 함유되어 있고, 무기염류로는 철분도 많다.(건강과 바다) 200년 전 흑산도에 유배됐던 정약전의 ‘자산어보(玆山魚譜)’에는 ‘군대어(裙帶魚)’란 이름으로 소개되고 있다. 갈치의 외양이 가늘고 길어 치마끈처럼 보이기에 ‘치마 군’에 ‘띠 대’라고 붙인 듯하다. 정약전은 갈치를 당시의 발음으로 기록하는 속명(俗名)에서는 ‘칡 갈(葛)’자를 써서 갈치어(葛峙魚)로 적었고, 이 갈치의 모양이 길게 뻗어 있는 것이 칡넝쿨을 닮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영어권에서는 갈치의 꼬리 부분이 사람의 머리카락과 비슷하다 하여 ‘헤어 테일(Hair tail)’ 또는 칼이나 단검 따위의 칼집 모양으로 생겼다하여 ‘스케버드 테일(Scabbard tail)’이라 부른다.(바다생물 이름풀이사전) 또한 Cutlassfish라고도 표기한다.

농어목 갈치과에 속하는 갈치는 생김새가 기다란 칼 모양을 하고 있어서 예로부터 도어(刀魚)라고 부르기도 하고, ‘난호어목지(蘭湖漁牧志)’와 ‘임원십육지’에서는 갈치(葛侈)라고 쓰여 있으며, 지방에 따라 빈쟁이(통영), 어린 갈치를 풀치(전라도)라고도 한다. 중국에서는 허리띠고기(따위 帶魚)라고 하고, 연안지방에서만 먹었으나 유통망이 발달하면서 내륙지방까지 그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어류학자인 고 정문기 박사의 ‘한국어도보(韓國漁圖譜)’에서는 신라시대에는 ‘칼’을 ‘갈’ 이라고 불렀으므로, 옛 신라지역 에서는 지금도 ‘갈치’, 그 밖에서는 ‘칼치’라고 부른다고 하였다.

검푸른 제주의 밤바다, 은백색의 갈치가 낚시 줄에 매달려 퍼덕인다. 퍼덕이는 모습이 말해주듯 갈치의 성질은 매우 사나워 낚아 올리는 즉시 죽는다. 옆으로 헤엄치지 않고 언제나 위 아래로 꼿꼿이 헤엄치기 때문에 일본 명은 서있는 물고기란 뜻의 ‘다치우오’다. 또한 쉽게 부패하므로 갈치 회는 갓 잡은 것을 빼고는 안 먹는 것이 좋다. 갈치 속살 특유의 쫄깃쫄깃함과 고소한 미각을 입안 가득히 풍겨주어 한번 회를 먹어 본 사람은 그 맛에 반한다고 한다. 다만 갈치는 칼슘에 비해 인산의 함량이 많아 산성식품이므로 채소와 곁들여 먹어야 한다.

갈치의 조리법으로는 갈치구이, 갈치조림, 갈치국, 갈치자반, 갈치회 등이 대표적이고, 염신품으로 갈치속젓이 있다. 갈치를 고르는 방법으로는 비늘이 반짝거리고, 주둥이가 크며 이빨이 발달된 것이 좋다고 한다. 한방에서는 식욕이 없어졌을 때 갈치를 구워 먹으면 유효하고, 치핵(치질)에는 갈치젓을 바르면 효과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남대문 시장에는 30여년의 역사를 가진 갈치골목이 있다. 골목은 폭이 2m도 정도로, 두 사람이 걸어가면 어깨가 서로 부딪힐 정도이다. 이곳에 8개의 갈치조림 차림표를 갖추어 놓고 넥타이부대를 기다리는 집이 있다. 어느 집 할 것 없이 TV에 출연한 집이다 보니, 하루 한집에 300~400명이 몰려와 점심시간에는 북새통을 이루고 식사와 동시에 정담을 나눌 시간도 없이 일어서야 한다. 갈치 소비량도 한집 당 200~300마리 정도 된다고 하니 대단하다. 갈치조림 골목이 유명해 지면서 일본 관광객이 들르는 필수 코스가 되었다고 한다. 제주도가 펴낸 제주음식 길라잡이에 소개된 제주은갈치 전문식당만도 20여 곳에 이른다. 국내산 공급이 모자라 아프리카의 세네갈 산도 잘 팔리고 있다 하니 갈치의 인기를 알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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