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인 1591년 2월 13일, 이순신 장군은 정읍현감(종6품)에서 전라좌수사(정3품)로 여수에 부임했을 때 어느 날 점심에 생선이 나왔는데, 너무 맛이 좋아 시중을 드는 관기에게 고기의 이름을 물어 보았으나 관기는 물론 아무도 이 고기의 이름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마침 장군의 시중을 드는 관기의 이름이 ‘평선’인지라 그럼 이제부터 이 고기를 ‘평선이’라 불러라 해서 평선이가 되었다가, 구워서 먹으면 더 맛이 좋아 평선이 앞에 군(구운)자가 붙어 ‘군평선이’라는 이름이 전해졌다고 한다.

그런데 이 ‘군평선이’는 표준어명이나 수많은 별명이 붙어 있다. 전라도 특히 여수에서는 ‘금풍생이’, ‘금풍쉥이’, ‘쌕쌕이’, 아름답게 생겼다고 해서 ‘꽃돔’으로 부르고, 경상도에서는 ‘깨돔’, ‘꾸돔’으로 불린다. 또는 ‘얼게빗등어리’, ‘챈빗등이’, ‘딱대기’, ‘딱돔’, 등의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다. 영어권에서는 불만에 찬 입 모양을 가지고 있다 하여 불평이라는 뜻의 ‘grunt’라고 불리기도 하고, 턱밑에 수염을 가지고 있다 하여 ‘belted beard grunt’라고도 부른다.

그러나 여수와는 달리 경상도에서는 뼈가 억세고 살점이 없어 인기가 없으나, 여수에서는 서대회와 더불어 대표적인 음식 대접을 받고 있어, 여수를 다녀 온 사람이 군평선이를 먹고 오지 않으면 좋은 대접을 받지 못했다고 할 정도다. 그래서 여수에서는 ‘본서방에게는 안주고 샛서방에게만 몰래준다’고 해서‘샛서방고기(密夫)’라고도 부른다. 아마도 미식가들이 이 고기가 너무 맛이 있어 지어준 별명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뼈가 굵고 억세어서 가시가 목에라도 걸리는 날에는 큰일이라서 어떤 사람은 샛서방고기가 아니라 ‘서방잡기 좋은 고기’라는 사람도 있다. 맛에 대한 칭찬은 이 뿐만이 아니라, 오죽하면 ‘굴비가 울고 갔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이 고기는 크기(25-30cm)도 작고, 겨울철에는 수심 70-80m 전후의 스코트라 섬 남부해역에서 월동하다가 봄이 되면 무리를 이루어 이동하여, 6-8월이 남해안에서는 주어기로, 살이 별로 없는데 비해 내장과 머리까지 다 먹을 수 있는 이 전천후 생선을 두고 ‘먹어도 한 접시 안 먹어도 한 접시’라는 말도 있다. 그래서 내장까지 빠짐없이 먹어야 제대로 먹는 것이고 머리까지 씹어야 금풍생이의 깊은 맛을 제대로 즐기는 것이라고 한다.

지금 여수에서는 ‘여수세계박람회’가 개최되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여수를 방문함에 따라 금풍생이는 더욱 인기 있는 상품으로 대접 받고 있으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여 값이 올랐다고 한다. 필자는 지난 달 수우회 회원들과 엑스포를 관람하기 위하여 여수를 방문하였으나 금풍생이는 구경도 못하고 서대회와 장어탕, 아귀탕에 만족해야 했다.

조 단위의 막대한 시설비가 투입된 여수 엑스포의 건물과 IT강국답게 불평할 수 없을 만큼 웅장하고 다채로웠으나, 대전엑스포나 월드컵에서 본 바와 같이 엑스포가 끝난 후의 활용과 관리문제가 짊이 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되었다. 수족관과 한국관 그리고 참가회원국들의 행사장엔 예외 없이 영상물이 상영되었으나 그 내용에는 모두 수산업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해양엑스포라기 보다는 수산엑스포가 더욱 친밀한 이름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스위스 관에 들렸을 때 스위스의 국가브랜드로 인식되는 시계는 없고, 물을 한 컵씩 주기에 의아하여 물어본 바 해양엑스포이기 때문에 주제에 맞추다보니 그런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페루 관에도 관심이 있어 들러보니 ‘마추픽추’ 사진 한 장만이 덩그렇게 놓여 있고, 페루 기념품 판매대만 있어, 그 뜻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우리나라 원양회사인 ‘인터불고’가 입어하고 있는 앙골라관에 들어가 보니 앙골라 수산업에 대한 자료가 상영되고 있어, 10여전 쯤 로마에서 개최된 바 있는 FAO수산위원회(COFI) 회의에서 아프리카 전통의상을 입은 여성 수산장관이 한국의 원양부문 투자를 요청했던 기억이 새로웠다. 이 앙골라관 역시 한쪽에는 토산품 판매대가 있었으나, 멀리 한국에서 개최되는 엑스포에 참가한 것만으로도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한국 원양어업 체험관은 엑스포부지내의 끝자락에 있었고, 원양 선망선을 모형으로 만들어 놓았다. 체험관 안에는 선망선의 선교를 만들어 놓고 관람객이 직접 조타기를 잡고, 남태평양을 향하여 출항하는 선장의 역할을 체험하도록 하는 아이디어가 훌륭했다. 항구를 떠나 항해 도중 여러 선박들과 조우할 때 충돌 없이 안전 운항에 중점을 두다보니, 선망선 고유의 어법에 대한 시현이 생략되어 있었다. 어군을 탐지하는 헬리콥터가 날고, 엄청난 어군을 이끌고 다니는 유목 그리고 그물을 둘러치는 장면과 그물에 둘러싸인 참치 어군이 뛰어 오르는 생동감 있는 장면 등이 추가 되었더라면 참관객 및 체험자들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엑스포의 클라이맥스는 밤에 펼쳐지는 ‘빅-오’ 레이저 쇼가 아닌가 싶다. 인산인해를 이룬 가운데 지상에 세워진 거대한 ‘O’형의 철 구조물에 물안개가 피어나는가 싶더니 수막이 생기고, 거기에 레이저빔을 비추어 갖가지 형상을 만들어 내고, 지상으로부터 물줄기가 100 여m 힘차게 솟구쳐 오르는 장면과 공중에서 불의 신이 토해내는 듯한 화염방사는 200여m 떨어진 곳에서도 그 열기를 느낄 수가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관람객에 대한 안전 배려가 없었다. 앉을 곳도 설 곳도 마땅찮은 가운데 밀려드는 관람객을 통제할 수단이 없고, 몇 사람의 요원으로는 그 많은 인원을 질서 있게 관리할 수가 없어 여기저기에서 불평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누구라도 한사람 넘어지기라도 한다면 예기치 못할 사건이 발생할 수 있는 개연성이 너무나 컸던 것이 옥에 티가 아니었을까 생각한 것은 나만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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