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수산자원 부족 가속화
참치 가격이 올랐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최근 세계 시장 상황을 놓고 볼 때 설득력 있는 원인이 하나 있다. 중국인들이 참치를 먹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즐겨 먹는 것도 아니고, 무슨 맛인지 알아보기 위해 한 점 먹어보는 것으로 세계 참치시장이 흔들린다.
지금 세계는 중국, 인디아 등이 일으키는 경제성장으로 자원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10년간 세계 수산물 교역 규모는 약 60%라는 엄청난 속도록 성장하고 있다. 이 속도에 맞춰 수산물도 공급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자원고갈 등으로 수산물 가격은 2020년까지 50% 이상 상승하고, 2016년부터는 자원부족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OECD, FAO는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 세계 어업생산량 13위, 국토면적당 수산양식 생산량 세계 1위의 우리나라가 있다.

2. 한계에 봉착하는 수산업 성장동력
우리나라는 겉보기에 주요 수산국이지만 수산업을 둘러싼 사람, 자본, 기술, 사업모델 등의 기존 시스템들이 FTA등 시장개방이라는 환경의 변화에 대한 대응능력을 상실하고 이것이 구조적 문제로 심화되고 있다.
양식어업의 경우, 국토면적당 양식 생산량이 세계 1위라고는 하나 이는 밀식과잉생산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연안 양식적지의 대부분이 개발포화 상태에 처하였으며 이로 인한 어장오염과 질병 등으로 생산력에 심각한 한계상황이 노출되고 있다.
어선어업은 중국 등 주변국의 어선세력 급증, 고유가 지속, 자원량에 비해 과도한 어선세력 등으로 정부의존도가 매우 높은 사업으로 변해가고 있다. 게다가 어업종사자의 급속한 감소와 초고령화 문제는 이미 수산의 장래를 위협하는 치명적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3. ‘잃어버린 20년’, 남의 일일까?
지진해일 및 원전사고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의 경우 수산업은 1980년대 이후 연근해 자원감소, 고령화와 인력난을 지속적으로 겪고 있으며, 어선어업 휴어 및 양식산업 발전 정체 등으로 인해 지난 20년간 생산량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고 수산 관련 산업이 쇠퇴하는 등 소위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했다.
우리 수산업의 경우 일시 하락기를 거쳐 다시 상승세로 전환했으나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주변의 수산자원이 자원회복 징후를 보이지 않고 있고 성장동력의 부재와 어업종사자의 감소와 고령화 문제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으며 어업경비가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수산업이 내리막길을 걷게 된 원인을 철저히 분석하고 사전에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일본처럼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우리나라가 일본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4. 새로운 성장의 엔진이 필요하다.
이에, 정부에서는 시장개방후의 우리 수산업 생존에 대비하여 수산업이 미래형 수출전략산업이 될 수 있도록 근간을 개혁하는 ‘수산업 선진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계획 수립시 우리가 제일 주목하고 있는 것은 폭발적인 수산물 수요증가다. 1998년 우리국민 1인당 수산물 소비량이 35kg였던 것이 2008년에는 55kg으로 늘었다. 주변 사정은 더하다. 중국의 수산물 수요가 비약적으로 늘고 있는 것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중국의 1인당 수산물 소비가 1kg 늘어날 경우 130만 톤의 추가 수요가 생기는데 이는 우리나라 수산물 생산량의 약 40%에 이르는 막대한 양이며 우리의 연근해 생산총량을 훌쩍 앞지르는 양이다. 더불어 웰빙 식품으로서의 수산식품의 수요증가는 이미 글로벌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작업이 우리나라 수산업의 가능성과 문제점을 근원적으로 돌아보고 향후 10년간 수산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고부가 수출전략산업화에 성공한 노르웨이형 모델의 장단점 분석 등을 통해 우리나라 여건에 맞은 새로운 수산발전 모델 개발을 추진하고, 그간 쌓아 온 수산 기술력과 세계적 수산기업 육성의 노하우를 살려 우리나라가 녹색 수산혁명을 선도하는 국가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5. 미래식량산업, 수산양식
미래수산분야에서 제일 먼저 주목받는 분야가 수산양식이다. 수산양식은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식량산업으로 글로벌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주요 대안 중 하나로 주목 받고 있다. 미래 학자 엘빈토플러는 수산양식을 포함한 해양산업이 정보화시대 4대 주력 산업의 하나가 될 것으로 전망했고, 일찍이 스마트폰과 하이브리드 자동차 부상을 예측한 미국의 윌리엄 하랄 교수도 2018년에는 수산양식이 세계의 주력산업으로 부상할 것이라 언급한바 있다.
정부는 우리가 지닌 세계적인 양식생산 기술을 기반으로 양식산업 세계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전통적인 양식 적지였던 연근해는 이제 과학과 기술의 힘으로 그 물리적 공간적 한계를 벗어나 고부가 첨단양식거점으로 전환될 것이다. 순환여과식 양식시스템 구축을 통해 도심속 빌딩에서 양식을 실시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는가 하면, 내해의 양식장들은 드넓은 갯벌 또는 외해에서 마음껏 친환경적 양식생산을 실시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것들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는 사업으로 세계에 자랑할만한 양식 생산기술력을 지닌 우리 수산업이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승부해 볼 수 있는 미래형 양식기술들이며 향후 우리수산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다. 
 
6. 과감히 변하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
수산업 생산을 뒷받침하는 어업제도도 과감하게 개선할 것이다. 우리의 현행 어업제도는 1908년 어업법 제정 이후 100년간이나 우리 수산제도의 기본틀로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급변하는 수산업 환경에 탄력적 적용이 안 되는 구조적 한계가 곳곳에 드러난다. 수산분야 인·허가 등 핵심제도는 지속적인 배타적 이용권 등을 부여함으로 인해 신규 인력 유입 등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규모화 소수정예화 산업화를 통한 수산경쟁력의 향상에 근원적 한계가 아닐 수 없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과감히 어업권의 임대차 허용 등을 통해 신규 진입을 촉진하고 불법임대 등 부적절한 관행을 단호히 근절할 수 있는 제도전반에 대한 검토와 혁신이 불가피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어업 종사자수의 급격한 감소와 초고령화에 대응하여 소수정예의 전문인력이 국내 수산물의 수요와 수출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또한 긴요한 과제이며, 어선현대화 사업을 통해 어선노후화와 안전설비 미비 등으로 해산사고와 인명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을 근원적으로 방지하는 일도 결코 간과될 수 없는 과제이다.

7. 변화의 물결을 읽어야 한다.
21세기는 감성적이고 개성적인 소비자들이 시장을 주도하는 사회이다. 정보시대의 구매력을 가진 소비자들의 입맛이 세계화되면서 수산식품에 대한 시장수요도 탈지역화, 탈계절화하고 있고 그들의 구매 파워가 농수산업의 미래방향을 결정하고 있다. 소비자 만족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러한 시대에 적응하며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리도 세계를 둘러싸고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변화의 새 물결을 읽어야 한다.
첫째는 “안전한 식품”이다.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믿을 수 있는 식품을 공급하는 수산업이어야 한다. ‘어장에서 식탁까지’ 철저한 위생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하여야 한다. 소비자에게 신뢰받고 사랑받는 수산업으로 거듭날 수 있으며, 최대한의 부가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둘째는 “환경과의 조화”이다. 환경 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수산업이어야 한다. 이미 해외 대형 유통업체들은 친환경인증단체의 인증을 받은 제품만을 구입한다고 홍보할 만큼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것은 소비자들의 제품구매 성향에 단순히 맞추는 수준이 아니라, 소비자들에 앞서 나가며 우리가 지향해야할 과제이기도 하다.
셋째는 “차별화된 제품”이다. 소비자들의 수산물 구매는 다양한 정보에 의해 좌우되지만 제품 및 서비스의 차별화가 가능하면 그 판단을 쉽게 바꿀 수 있다. 외국 수산물과는 맛과 품질 면에서 차별화된 수산물을 공급할 수 있어야 하고, 차별화된 시장과 고객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넷째는 “수직적 통합”이다. 21세기 수산업은 소비자와 교감하는 산업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비자와 맞닿아 있는 유통을 중심으로 생산과 수확 후 관리가 하나의 주체로 통합되어야 한다. 또한 전통적인 1차 산업과 식품산업의 한계에서 벗어나 바이오 연료 등 산업제의 가 공·유통과 판매·수출까지 사업영역을 다양화하여 수산물의 효용 가치를 최대한 제고하여야 한다.
다섯째는 “해외 투자”이다. 현대 소비자들의 입맛의 탈지역화, 탈계절화에 대처하기위한 유일한 방안은 글로벌 수산식품 공급 체인 구축이다. 이를 위한 세계진출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FTA 등 시장개방은 우리 시장의 문을 여는 것을 의미하지만 반대로 우리에게도 밖에서 문이 열리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우리 국민 먹거리의 70%이상을 해외공급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식생활 현실을 생각하면 우리 수산업도 세계 속에서 경쟁력을 키워 나가야 할 것이다. 아울러 열린 문 밖으로 나가 세계시장을 상대로 하는 글로벌 수산기업이 탄생해야 할 때가 되었다.
마지막으로는 “수산을 넘어서”이다. 21세기 수산업은 전통적인 영역인 식량 산업을 뛰어 넘어 새로운 영역으로 계속 확장해 가고 있다. 바이오 산업과 낚시산업 그리고 현대인들에게 경관자원을 제공하는 휴양레저의 농어촌은 이미 현대 수산업의 새 영역으로 자리를 잡았다.
심화되어 가는 시장개방 환경에서의 국내 수산업만이 가진 강점을 구축하여 이를 개척해 간다면 우리 수산업도 개방에 끄덕하지 않고 오히려 공격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재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한 사람의 꿈은 꿈일 뿐이지만, 만인이 꿈꾸면 현실이 된다”는 말을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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