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을 한자로 풀이하면 기를 산(産)자에 업 업(業)자를 쓰고 있다. 즉 생산을 목적으로 하는 일을 포괄적으로 산업이라 표현하고 여기에 수산업, 농업, 공업, 임업, 광업뿐만 아니라 생산과 관계없는 상업, 금융업, 서비스업까지를 포함하는 개념으로도 널리 사용하고 있다.

경제학에서는 영국의 경제학자 콜린 클라크가 1차 산업, 2차 산업, 3차 산업으로 분류한 것을 산업분류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데 1차 산업은 자연으로부터 자원을 직접 채취하거나 생산 활동 과정이 자연환경과 직접 연관된 것이고, 2차 산업은 1차 산업에서 얻은 생산물과 천연자원을 가공하여 인간에게 필요한 재화나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이며, 3차산업은 1차 산업이나 2차 산업이 생산한 재화의 이동, 소비, 축적과 관련된 산업을 의미한다고 한다.

산업 중 가장 근본이 되는 것은 1차 산업이다. 그중에서도 원시산업인 채취산업은 자연에서 직접 채취한 물질을 그대로 소비하기도 하고 가공을 거쳐 2차산업으로 발전시키기도 하는데 채취산업은 계획된 생산이 어려우며, 한정된 자원으로 고갈의 위험성이 존재하고, 고정적인 장소에서 얻기보다는 이동하여 채취하여야 하는 이동성과 생산하기 위하여 소비한 비용을 반드시 보상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확실성 때문에 원료를 공급하는 중요한 산업임에도 경영하기가 가장 어렵다고 한다.

수산업은 1차 산업 중 채취산업이며 채취산업은 개인의 사유에 관한 것이 아니라 국가에서 관리하는 산업이므로 정부의 방향성 결정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특별한 산업이다.

수산업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원이 존재하는 ‘어장’과 채취할 수 있는 ‘어선’ 어선을 운용할 수 있는 ‘선원’ 그리고 거래를 할 수 있는 ‘시장’이 필요하다. 어장, 어선, 선원, 시장이라는 4가지 수산업의 요건 중 지금 우리나라의 여건을 살펴보면 어장은 다행스럽게도 천혜의 어장을 보유하고 있어 어자원 관리에 집중하고 같은 어장에서 공동으로 경쟁조업 중인 한·중·일 3개국이 함께 노력한다면 수산자원 채취에 관한 지속성이 유지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어선의 문제, 선원의 문제는 벌써 위기가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근해 대형어선은 노후화가 심각한 실정이지만 세계적인 조선 강국인 우리나라에 근해 대형어선을 건조할 조선소와 인력이 지금 없다는 사실은 수산업을 경영하지 않는 사람들은 모르는 일이다.

또한, 선원은 젊은 선원의 유입이 없어 평균연령이 56세에 이르고 있는데 수산업에 대한 문화적 편견으로 발생한 사회적 현상으로 보인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선원으로 성공한 본보기가 될 만한 위인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없어 젊은이들이 수산업에 대한 좋지 않은 편견을 가지고 있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시장의 문제는 우리나라 수산시장에 대한 이미지를 생각해보면 답이 나올 것이다. 비위생적이고 현대화 되지 못해 인력 소모적인 현 수산시장은 어쩌면 우리나라 수산업의 현 실태를 그대로 담고 있다고 생각된다. 수산선진국은 수산시장을 현대화하여 수산물의 선도관리를 최우선으로 삼고 있으며 부가적으로 관광 자원화를 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나라 산지 위판장 중 수산의 미래를 보여 줄 수 있는 시장이 아직 없는 실정이다. 이러한 수산업에서 FTA란 존재는 일진광풍 앞의 촛불이라는 표현이 잘 어울릴 것이다.

2004년 4월 우리나라는 칠레를 시작으로 싱가포르, EFTA(스위스,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유럽연합인  EU, 페루 등을 거쳐 올해 3월 15일 미국과의 FTA를 발효하였다. 정부에서는 수산업 피해 최소화를 위하여 여러 가지 국내보완대책을 제시하였고 그 예로 피해보전 직불금, 시설 현대화, 각종 세제 지원을 약속하였으나 수산업의 현장에서는 피부적으로 와 닿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이다.

정부는 국가 간의 관세 장벽을 허물어 우리나라 주력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여 국익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FTA에 대해 홍보를 하였으나 그 그늘 속에 있는 수산업은 언제나 경제논리에 의하여 많은 부분이 희생됐다.

FTA 발효 이후 아직은 수산업에 대한 직접적인 타격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국가 간의 거리적 요인이 크다고 볼 수 있다.

각 국가의 무역항에서 우리나라 무역항으로 들어오는 거리와 시간적 요인으로 관세의 장벽 해소에 따른 물동량의 변화가 크지 않으며, 생산되는 어자원의 종류도 차이가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수산업이 2009년 이후부터 호황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그동안 FTA 발효에 따른 위기를 감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논의 중인 중국과의 FTA는 사정이 다르다. 한국과 중국은 같은 어장에서 같은 어자원을 경쟁 조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워 파급효과는 그동안 다른 국가들과의 FTA와 차원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주변국인 중국 또는 일본과의 FTA는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총허용어획량(TAC)제도의 근간을 흔들고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어자원량 감소를 초래하여 식량 주권 수호에 대한 위기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지금부터 대비하지 않는다면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 수산 식량 자원의 자급률 상실이라는 묘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수산업이 자생력을 잃고, 어업인이 경영난으로 업을 포기하게 된다면 근대 이후 축적되어 온 우리나라 고유의 수산업 기반들이 점차 사라지게 될 것이고 수산과 관련된 전방위 산업들도 몰락의 길을 갈 수밖에 없다는 점은 불 보듯이 뻔할 것이다.

수산물은 국민의 동물성 단백질 공급원으로써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경제적인 관점에서 중요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어 조만간 다가올 국가 식량 주권 전쟁에 어떻게 국가가 대응할 수 있을지 참으로 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 주변국은 정부 주도로 수산업 선진화에 대한 체계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그 계획의 실증화를 위한 투자를 아낌없이 지원하여 수산업에 건강한 기운을 불어넣고 있다. 우리나라도 수산업에 대한 정부의 능동적인 수산정책의 변화가 절실하다.

수산업은 사유지에서 일어나는 산업이 아닌 국가가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공유지에서 일어나는 산업이며, FTA도 국가에서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무역장벽 해소방안이다.

따라서 FTA 체결에 따른 수산업의 진로는 국가의 정책에 의하여 방향성 변화가 수반되는 것이므로 수산업계에 자구책을 구상하라고 암묵적인 강요를 하기보다는 수산업 종사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여야 상생의 길을 찾게 될 것이다.

FTA로 피해를 보는 수산업이 발생하지 않도록 능동적인 협상을 진행하고 피해가 예상되는 업종에 대한 과감한 투자 및 지원을 통하여 자생력을 확보하여야 주변국들과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항구적인 발전을 통해 위기에 처한 수산업이 FTA라는 거센 바람 앞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지속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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