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출연진도 소수이고 적은 예산으로 미국 보스턴 근처의 한적한 연못에서 노년의 배우 캐서린 헵번(Katharine Hepburn 에델역)과 헨리 폰다(Henry Fonda 노먼역) 그리고 그의 딸인 제인 폰다(Jane Fonda 첼시역)를 주연으로 조용히 영화가 촬영되고 있었다. 이듬해 황금연못(On Golden Pond)이라고 이름이 붙여진 이 영화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그러나 남우주연상을 받은 헨리 폰다는 몸이 쇠약하여 시상식에도 나가지 못하고 집에 누워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고, 몇 달 후 헨리 폰다는 세상을 떠났다.

노먼과 에델의 외동딸 첼시는 자신이 사귀고 있는 빌과 유럽 여행을 떠나면서 그의 남자 친구 아들인 열세 살의 사춘기 소년 빌리를 잠시 맡기려 뉴잉글랜드 지방의 ‘황금연못’ 근처의 별장에 머물고 있는 부모님을 오랜만에 찾아왔던 것이다. 은퇴교수인 노먼은 따뜻하고 친절한 마음을 겉으로 표현하는 것이 안 될 뿐더러, 다른 사람과 어울리기 참 어려운 성격의 할아버지로 상대방이 들으면 오해할 수 있고, 상처를 받을 수 있는 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기를 주저하지 않아 외동딸 첼시와도 오래전부터 불화로 거의 소통이 단절된 그런 상태였다. 그러나 80세 생일을 맞이한 노먼, 공격적이고 상대를 전연 배려하지 않는 말투는 여전하지만 예의 없고 비뚤어진 빌리에게는 낚시하는 법을 가르치고, 뒤로도 다이빙을 할 수 있도록 따뜻하게 격려하여 성공시키고 빌리의 꽉 막힌 마음의 문을 열게 만든다. 다정하고 따뜻한 성격의 그의 아내 에델은 노먼의 강한 성격 때문에 힘들어하는 주변사람들에게 괴팍하고, 까다롭고, 상대방에게 말은 함부로 뱉지만, 그도 가슴은 따뜻하고 늙어가는 것이 두렵고 마음은 여리다고 그의 착한 내면을 봐주면 좋겠다고 설득한다.

황금연못, 노먼을 바라보는 예쁜 할머니 에델의 슬프고 아름다운 눈빛이 황금연못에 서려있는 노을과 너무 흡사하고 이 에델의 연기를 맡은 케서린 헵번의 진면목이 여기서 나타난다. 유럽 여행에서 돌아온 첼시는 아버지 노먼과 화해한다. 마크 라이델(Mark Rydell)감독의 황금연못은 노년의 인생과 사랑에 관한 정겨운 일화이면서 동시에 세 세대에 걸친 가족 이야기이기도하다. 애정 표현에 서투르다 못해 좀처럼 다가가기 어렵게 만드는 까칠한 성격의 노먼, 그리고 평생 노인의 곁에서 아내로 살며 그의 성정을 이해하고 보듬는 에델, 매년 여름마다 그들이 찾는 호숫가 별장은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채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80세 생일을 고비로 노먼의 연로한 육신과 정신은 무너져가고 있다.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노부부와 늘 넉넉한 품으로 그들을 맞이하는 뉴잉글랜드 지방의 자연을 떠올리며 데이브 그루신이 작곡한 황금연못의 테마곡은 자연의 위대한 매혹을 음악을 통하여 소통하게 하고, 느끼게 하고 있고 조화로움과 화해를 메시지로 전하고 있다.

19세기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Lev Nikolaevich Tolstoi 1828-1910)는 ‘전쟁과 평화’에서 인류의 운명을 지배할 수 있다고 믿는 오만한 인격(나폴레옹)에 대항해서 운명에의 유순한 순종자인 러시아 농민 병사의 승리를 러시아의 승리이자 정의라고 보았다. 톨스토이가 전쟁과 평화에서 의도한 것은 나폴레옹 군대를 패주시킨 1812년의 역사적 사건으로 되돌아감으로써 크림전쟁의 패배로 상처 입은 조국의 영광과 국민정신의 위대함을 회복시키는 일이었다.

현 정부는 G20세계정상회의와 50여 개국의 정상이 참가한 핵안보회의 등 외교면에서 역대 어느 정권보다 혁혁한 성과를 거양한 것은 자타가 공인하고 있다. 또한 세계경제와 지역경제를 따로 분리할 수 없는 지금의 글로벌 경제상황에서 그리고 독일을 제외한 유럽 각국의 신용등급이 하락되고 있는 것들과 비교할 때 우리의 경제는 사회 양극화문제는 어느 정부의 책임이냐에 맞물려 시비가 있을 수 있는 것임을 감안할 때 상당히 선전하고 있다. 다만 2008년 쇠고기 광우병 파동을 겪은 이 후에도 소통의 교훈을 잊어버리고 있어 안타깝다. 정치권은 총선을 막 치른 현 시점에도 여.야 할 것 없이 소통의 문제와 선거 부정 등으로 낮과 밤이 없으니 한심한 일이다.

지난 4월 수협의 경제지도대표 선임과 관련하여 수협의 정체성이 크게 흔들리고 정의가 위협받고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여기에는 감독기관인 농수산식품부와의 수협간의 소통문제, 그리고 수협 내부의 불통과 분열에 기인된다고 하겠다. 미국 하버드 대학교 교수이자 정치철학자로 유명한 마이클 샌델이 지은 정의란 무엇인가?(JUSTICE: What's the right thing to do?)는 우리나라에서 2010년 7월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였고 인문학 서적으로는 드물게 100만부를 돌파하였다. 사회의 정의에 목말라서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을까? 샌델은 정의를 판단하는 세 가지 기준으로 행복, 자유, 미덕을 제시했다. 즉 정의가 사회 구성원의 행복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 혹은 사회 구성원 각자의 자유로움을 보장할 수 있는지, 아니면 사회에 좋은 영향으로 끼쳐야 하는 지로 정의로움을 결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번의 수협문제를 여기에 비추어볼 때 한 가지라도 저촉된다면 정의로움이 아니다. 황금연못에서 아버지와 불화를 끝내기 위해 딸 첼시는 아버지가 어릴 적 그렇게 원했던 뒤로 넘는 다이빙을 함으로써 화해의 방법을 찾았고, 전쟁과 평화에서 나폴레옹의 힘의 남용으로 비유될 수 있는 정부의 압력 또는 부당한 간섭 등에 대한 단절도 요구된다 하겠다. 중국 송나라 실존 인물로 명판관(名判官)이었던 포청천(包靑天)이 살아있다면 이번 사태에 어떤 판결을 내려 정체성의 시비를 없애고, 정의를 실현할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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