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 이탈리아의 자코페티(Jacopetti) 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로 아프리카에서 행해지고 있는 기이한 행동, 화형식, 두개골 시술, 식인종이 인육을 먹는 장면, 대만의 개고기 음식점, 엽기적인 음식을 파는 뉴욕의 레스토랑과 투우(鬪牛)에 광적으로 몰입하는 스페인의 모습 등을 소재로 삼은 몬도가(카)네(Mondo Cane)라는 영화가 우리나라에서 상영된 바 있다. 원래 몬도가네는 ‘개 같은 세상’을 의미하는데 그 당시 기괴한 것이나 징그러운 것들을 몬도가네식이라고 표현했던 것이 오늘날 몬도가네라는 단어의 어원이 되었다.

지난 4월 19일부터 21일까지 코엑스 B홀에서 2012년 수산식품전시회가 열렸다. 전시회장의 여러 부스 중에서 사람들이 길게 줄을 늘어선 곳이 있어 가보니 자라양식협회서 용봉탕을 시식시키고 있었다. 젊지도 늙지도 않은 두 분이 순서를 기다리면서 하는 대화가 “야 이거 완전히 몬도가네네” 하는 말소리가 들려왔다. 아마도 보양식 중의 보양식으로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용봉탕을 오해하는가 싶었다.

원래 용봉(龍鳳)이란 용과 봉황을 지칭하는데 이는 둘 다 상상 속의 전설적인 동물이다. 용(龍)은 옛날 중국과 인도 등지에 있었다고 전하는 파충류로서 어느 누구도 본 사람이 없으나 우리에게도 신비하고 민속적인 숭배의 대상이 되어왔다. 전설 속에서 구전되어 오는 용의 형태는 구사(九似)라 하여 머리는 낙타, 사슴의 뿔, 소의 귀, 뱀의 목덜미, 이무기의 배, 잉어의 비늘, 매의 발톱, 호랑이의 발바닥을 닮았다고 한다. 평소에는 깊은 소(沼)나 바다에 살고 있다가, 거대한 비바람과 천둥을 동반하며 하늘을 날아오르고, 때로는 입에서 불을 뿜어 파괴와 악인에 대한 징벌을 내리기도 한다. 불교에서는 사천왕(四天王)의 하나로, 중국에서는 기린, 봉황, 거북과 더불어 상서로운 사령(四靈)으로 여기고 있고, 특히 용춤은 중국의 상징이다. 우리 고유의 풍속과 종교족인 흐름 속에서도 장엄하게 각색되어 제왕의 위력이나 지상의 수호신으로 상징되어 왔다.

봉황(鳳凰)은 암수를 동시에 부르는 말로 닭의 머리, 뱀의 목, 제비의 턱, 거북의 등, 물고기의 꼬리를 하고, 키는 6척 가량이며 몸과 날개는 오색찬란하고, 오음(五音)의 소리를 낸다고 한다. 예날 성군(聖君)이 나타나면 봉황이 모습을 보여 태평성세를 상징하는 심벌로 여겨온 상상속의 새로서 오동나무에 깃들고 대나무 열매를 먹으며 예천(醴泉)의 물만을 마신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행정수반의 상징으로 이용되고 있다. 용봉탕의 원래의 의미는 영계를 고아 낸 국물에 토막 낸 잉어를 넣어 먹는 보양식으로, 잉어를 용으로, 닭을 봉황으로 생각하여 만들어진 것으로 수 천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시대의 변천에 따라 자라탕(鼈湯)도 용봉탕(龍鳳湯)이라 부르고 있다. 그 이유인즉 닭은 계룡산에서 생산한 오골계(烏骨鷄)를 사용하고 잉어와 자라는 임진강의 자연산을 사용하거나 또는 잉어 대신 메기를 사용하기도하고 여기에 수삼을 비롯하여 20여 가지의 약초를 첨가하여 작명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자라용봉탕이니 잉어자라용봉탕 등이다.

자라는 영어로 Snapping turtle(soft-shell turtle 또는 mud turtle)등으로 불린다. 미국이나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국가에서 태어나지 않은 사람은 자라의 turtle을 정확히 발음하기가 99.9% 불가능하다고 하니 재미있는 단어이다. 옛 부터 애주가들은 자라를 잡으면 다리에 끈을 달아 거꾸로 매단다음 소주잔에 소주를 반쯤 채우고 면도칼을 준비 한 후 자라목이 나오기를 기다려 단칼에 베어 버리면 선혈이 떨어질 때 준비한 소주잔으로 받아 마시고 고기는 탕으로 해먹었는데 그 맛이 닭고기와 흡사하다고 한다. 자라는 몸 전체가 단단한 껍질(콜라겐)로 덮여 있으며 저온이나 고온에 견딜 수 있고 1-2년 정도는 먹이를 먹지 않아도 살 수 있을 만큼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2억 년 전 빙하시대에서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수중 동물의 하나라고 한다. 자연산 자라의 경우 20년 이상을 자란다고 하여 여기에서 동사(動詞)로 ‘자라다’라는 어간만이 따로 떨어져 명사가 되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또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소댕(솥뚜껑)이 보고 놀란다’거나 자라목 오므라들 듯, 면구스럽거나 풀이 죽은 것을 보고 ‘자라목이 되었다’라고도 한다.

자라에 함유되어 있는 지방산은 불포화 지방산으로 리놀산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자라의 피는 단백질, 철, 칼슘, 비타민 등이 들어 있고, 자라의 피가 정력에 좋다고 하여 많은 ‘고개 숙인’ 사람들이 즐겨 찾고는 있으나 과학적으로는 밝혀진 것이 없다고 하니 (오호 통재라), 중국에서는 3000년 전 주(周)나라 때 자라 요리가 황실에 제공되었으며, 그 이후 자양강장(滋養强壯), 불로장수의 건강식품으로 취급 되어오고 있다. 또한 본초서 에는 한약재로 설명되어 있으나 현대 서적인 중약대사전(中藥大辭典)에는 등딱지, 머리, 살코기, 피, 알, 쓸개, 기름 등으로 나누어 그 효능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자라의 살코기는 양기를 성하게 하고 음기의 부족을 보하며, 피는 안면신경 마비를 다스리며 결핵이나 산후의 발열을 진정시키고, 알을 소금에 절여 쪄서 먹으면 허약을 보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오래전부터 자라를 식용했고, 1610년 허준의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개충(介蟲 등딱지 동물)으로서 오행으로는 금(金)에 속하니 폐와 대장을 보호하므로 유효한 것이다’라고 적고 있다. 자라의 지방산은 약 72%가 불포화지방산이며 콜레스테롤을 단백질과 결합시키는 작용을 하는 레시틴과 타우린 등이 함유되어 있다. 자라는 등과 발톱을 빼고는 다 먹을 수 있다. 자라용봉탕의 대박 식품의 꿈이 커가고 있다.

저작권자 © 수산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