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에는 예로부터 ‘미운사위 오면 매생이 국 끓여준다’라는 속담이 전해진다. 매생이는 굵기가 누에고추 실보다 더 가늘어 끓는 김이 밖으로 뚫고 나올 수 없기 때문에 뜨거운 줄 모르고 입안에 넣었다가는 입천장이 벗겨지기 십상에서 나온 말이나 지금은 예쁜 사위에게 웰빙 별미로 끓여주고 있으니 세상이 많이 변했다.

정약전(丁若銓, 1758-1816)의 어류 연구서인 자산어보(玆山魚譜)에는 ‘쇠털보다 촘촘하며 길이가 수척에 이르고, 빛깔은 검푸르며 국을 끓이면 연하고 부드러워 서로 엉키면 풀어지지 않는다. 그 맛은 매우 달고 향기롭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또한 조선 성종 때의 지리서인 동국여지승람(東國與地勝覽)에는 장흥(자흥)지방의 ‘진공품(進貢品)’으로 기록되어 있고 그 품질 또한 장흥산이 제일이라고 알려져 있으나 타 생산지역에서는 이에 동의할 수 없다고 한다.

여수지방에 맛 자랑 10미(味)로 서대회와 돌산갓김치 등을 꼽고 있듯이 고흥지방에도 전어, 참장어가 포함된 9미(味)가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매생이이고 보면 그 주장도 일리가 있고, 완도는 매생이 전체 생상량의 40%를 점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이 또한 설득력이 있다. 혹자는 강진산이 품질이 우수하다고 말한다.

겨울 남도 앞바다에는 매생이 철이 돌아온다. 갯벌에서 갓 따낸 석화(굴)에 매생이를 풀어 넣고 끓여낸 매생이국은 식도락가들 사이에서 겨울철 최고의 별미이고 특히 아스파라긴산이 콩나물의 3배로 주당들에겐 속을 풀 수 있는 해장국으로서 으뜸이다. 한때 매생이는 남도의 김 양식 어민들에겐 양식발에 달라붙는 매우 귀찮은 해적생물이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김에 치여 온갖 천대와 괄시를 받던 매생이가 귀한 대접을 받고 있고 어민들에겐 짭짤한 소득원으로 등장하였다. 특히 김이나 파래와는 또 다른 감칠맛에 웰빙식품으로서 손색이 없는 영양소를 골고루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생이는 파도가 없고 갯벌이 펼쳐진 내만의 청정해역에서만 자라나 환경에 예민해 오염원이 유입되면 금방 죽거나 소멸된다. 그래서 다도해의 내만인 남도 해역의 완도, 장흥, 고흥, 강진 등의 일부 해안에서만 볼 수 있는 귀족 해조류이다. 최근에는 인공 채묘 기술이 개발되어 생산량은 증가하고 있으나 아직은 생산지역이 한정되어 있다. 그러나 양식덕택에 ‘한때’, ‘날새’, ‘고타리’라는 생소한 단어도 생겨났다.

철분과 칼륨, 요오드, 단백질, 비타민(A.C) 등이 많이 함유되어 있고 특유의 향기와 맛을 지니고 있어 오래전부터 식용으로 애용되어 왔고, 정월 대보름에 향토음식으로 사용되었다. 더구나 소화흡수가 잘되는 알칼리성의 식품이고, 니코틴 중화효과가 뛰어나 애연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고, 칼로리가 전무하다시피하고 식이섬유가 풍부하여 다이어트 식품으로 여성 팬을 많이 가지고도 있다.

그리고 또 다른 연구에서는 매생이가 혈청 내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LDL(나쁜콜레스테롤)을 저하시키고, HDL(좋은콜레스테롤)을 상승시켜 주는 것으로 나타났고, 소장에서의 담즙산의 재흡수를 방해하여 분변으로 스테로이드 배설을 증가시킴으로써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고 각종 무기염류와 비타민은 어린이 성장발육촉진 및 골다공증 예방, 그리고 위궤양이나 십이지장궤양을 예방하고 진정시키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 또한 혈당 강하 효과와 함께 제일 뛰어난 속성은 해양염록소가 풍부하여 우리 몸 안의 노폐물은 물론 유해한 중금속을 체외로 배출시키는 현대 식품의 총아라는 점이다.

매생이(seaweed fulvescens)는 갈매패목, 갈파래과 의 매생이속의 녹조류로 바다의 이끼이나 파래와는 약간 다르다. 10월 중순 경부터 출현하기 시작하여 이듬해 3월경부터는 짝짓기를 마친 후 발아해 포자 상태로 패각이나 벌(뻘) 속에서 휴면 상태로 여름을 지내게 된다. 따라서 채취는 주로 11월부터 시작하여 2월까지 계속되나 채취한 것을 냉장고에 넣어두면 일 년 내내 먹을 수 있다. ‘신경’이라는 전라도 사투리로도 부르는 매생이는 포구에서 헹군 뒤 적당한 크기로 뭉치는데 이를 “재기(잭이)”라고 하고 약 3,500원 전후로 판매되고 있다.

매생이는 열이나 산에 약하여 오래 끓이거나 식초를 넣는 조리법은 적당하지 않다. 가장 보편적인 요리는 매생이국으로 굴이나 새우 등의 부재료와 매생이를 함께 냄비에 넣고 참기름 한  숫갈을 두르고 잠시 볶다가 물을 붓고 잠깐 끓여 집 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다진 파나 마늘을 넣어 먹거나 그 외에도 매생이전, 매생이 무침, 매생이 수제비와 떡국 등 수도 없는 요리법이 개발되어 있다. 남도 득량만의 어느 해안 마을은 10여 년 전 까지만 해도 김양식이 주업이었으나 매생이로 양식 업종을 변경한 후 단기간에 높은 소득을 얻었다고 한다. 김발을 매는 철이면 고양이 손도 빌려야 할 정도로 일손이 부족한데 매생이 까지 달라붙어 골치를 아파하던 시절도 있었으나 요즘은 매생이발에 김이 달라붙어 아주 곤욕스러워 한다. 매생이를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5대영양소 식물성 고단백식품이라고 할 수 있다. 오죽했으면 고단백 우주식량으로 지정됐을까?

농림수산식품부는 매생이를 이달의 수산물 선정 품목에 포함시키고 있다. 바다는 우리 수산인들 에게 있어서는 알파요 오메가다. 즉 처음과 끝이며 바다를 떠나서는 살아갈 수 가 없는 우리 60만 수산인의 옥토이고 문전옥답이다. 어머니의 품과 같아서 무한한 생산력을 가지고 우리를 풍요롭게 하고 있다. 모든 동물들은 모태인 바다로부터 진화되어 육지로 옮겨 왔다고 하질 않는가? 이러한 바다를 쓰레기의 마지막 하치장쯤으로 생각한다면 매생이의 홀로서기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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