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8년(정조 22년) 이만영(李晩永)이 편찬한 백과사전류의 재물보(才物譜)의 물보편(物譜編)과 조선후기 정약용(丁若鏞)이 편찬한 물명고(物名攷, 필사본 유희의 物名攷와는 다름)와 조선 실학자 서유구(서유구)가 저술한 박물학서(博物學書)인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그리고 조선 후기 때에 심노순(沈老淳)의 외할아버지 이공(李公)이 편찬한 유서(類書)로 1855년(철종 6년) 김병규(金炳圭)가 그의 아들의 친구인 심노순에게 빌려 베껴 쓴 필사본이 전하는 사류박해(事類博解)에서는 꼴뚜기를 유어(柔魚) 또는 망조어(望潮魚)라고 했고, 그 외에도 골독(骨獨)이, 호독기, 골띠기, 골뜨기, 고록, 꼬록지, 호래기 등 다른 명칭이 많기로 유명하다. 이를 일본에서는 이이다고(飯巾)라 하고, 중국에서는 망조(望潮, wangchao)라고 한다. 또한 꼴뚜기는 한국의 속담사전(이기문 1962)과 일본의 조선산두족류목록(山本考治)에도 나와 있다.

임원경제지(임원십육지 또는 임원경제십육지라고도 함)의 전어지편(佃漁志編)에 어법과 어구를 설명하면서 호남 사람들은 호독기, 해서(海西)사람들은 꼴독기라고 하였고, 거제, 통영, 남해를 중심으로는 호래기라고 하였다. 오징어와 비슷하나 뼈가 없고 적다라고 꼴뚜기를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꼴뚜기에도 엄연히 Loligo beka SAKAI라는 학명이 있고, 화살꼴뚜기과에 속하는 완전한 십완목(十腕目)의 연체동물이다.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에 분포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서해에 널리 분포한다.

꼴뚜기에는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속담이 많은데 그 연유는 확실치 않다. 예로부터 ‘과일 망신은 모과가 시키고’, ‘둠벙(웅덩이)망신은 미꾸라지가 시킨다’에 반해 ‘어물전(생선)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 살아 있는 꼴뚜기를 갑판위에 올려놓으면 제일 굵은 가운데 팔의 모양이 서양 사람들이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들고 욕하듯이 성적 모욕감을 주는 ‘꼴뚜기 질’, 서민들이 맛 볼 수 있는 식도락이란 뜻으로 ‘장마다 꼴뚜기 나냐’. 피부가 검은 사람을 조롱할 때도 ‘꼴뚜기를 진장(진한 간장)발라 구운 듯하다’라고 조롱한다. 꼴뚜기는 오징어도 아니고 낙지도 아니고 문어는 더욱 아니고 볼품없고 가치가 적은 물고기로 인식되어서일까?(못난 것은 언제나 자기가 속해 있는 단체나 여러 사람들에게 폐를 끼친다는 생각에서), 아니면 어물전을 크게 하던 사람이 다 털어먹고 나중에 꼴뚜기만을 팔았다는 데에서 기인한다(어물전 털어먹고 꼴뚜기 장사한다)는 설 등이 있으나 그 유래는 확실치 않다.

요즘 정치권에서도 ‘망둥어가 뛰니까 꼴뚜기도 뛴다’라고 시도 때도 없이 설치는 사람을 비하한다. 대표적으로 안면도와 김포 포구에서는 큰 것은 회 또는 볶음으로 먹고 잔 것은 젓갈을 담근다. 그런데 젓갈의 색이 너무나 까맣게 되어 혐오감을 느낄 수도 있으나 이것은 꼴뚜기의 먹물에 기인하는 것으로 항암 물질의 보고(寶庫)이다. 일본 아오모리현 산업기술개발센터에서 실험한 결과 먹물에서 추출된 무코당이라는 당질(糖質)이 암세포를 접종한 흰쥐에서 암 억제 작용을 하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리고 해산물이 풍부한 지중해요리 가운데 연체동물의 먹물을 넣은 것이 값비싼 일품요리 수위에 올라 있으며, 일본 도야마현에도 먹물이 들어간 젓갈은 지역의 특산품으로 특화되어 판매되고 있다. 이런 먹물은 싱싱한 것을 상처에 바르면 해독도 되고 지혈이 되는 예부터 생활의 지혜가 이어오고 있다. 또한 꼴뚜기에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감소시켜주는 아미노산의 일종인 타우린(taurine)은 물론 EPA(아이코사펜타엔산). DHA(도코사헥사엔산)와 같은 고도 불포화 지방산과 핵산 셀레늄(selenium)등 도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으며 동맥경화증을 비롯한 성인병에 효과가 있는 생리기능성 성분들이 다량 함유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꼴뚜기는 오징어가 가지고 있지 않은 강점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부드러운 육질로 소화가 아주 잘되는 것으로 노인층과 어린아이들에게도 권장해야 할 수산물이다.

충남 장항항에서는 매년 5.6월에 ‘꼴갑축제’ 즉 꼴(뚜기) 갑(오징어)축제가 열려 많은 사람들에게 꼴뚜기를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다. 꼴뚜기 요리도 각 지역에 따라 다양한 요리가 개발되어 있다. 생강즙을 이용해 살짝 염기를 제거한 꼴뚜기 진피볶음, 꽈리 고추를 첨가한 꼴뚜기 조림, 살짝 데쳐서 먹는 꼴뚜기 초장, 꼴뚜기 젓갈, 마늘종 꼴뚜기 조림, 건조한 것을 이용한 꼴뚜기 장아찌, 견과류를 이용한 꼴뚜기 호두 조림, 다리와 내장을 제거하고 백포도주를 넣고 채소와 궁합을 맞춘 샐러드, 꼴뚜기 젓무침, 꼴뚜기 두부조림, 꼴뚜기 멸치볶음, 영양을 꽉 채운 꼴뚜기 순대 만두, 이른 새벽 어부들을 위한 꼴뚜기 해장국, 그리고 아야진 식혜 등 꼴뚜기를 재료로 이용한 요리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인류는 예로부터 큰 것을 선호해 왔다. 육지에서도 그렇고 해양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우리와 같은 포유동물인 고래를 살육하여 육질이 부위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라고 즐기며 배를 채웠다. 그 결과 멸종위기종이 되어 보호받고 있다고는 하나 경식문화(鯨食文化)에 길들여진 인간은 인내심의 바닥을 드러내고 솎아내자고 다시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오메가-3을 우리가 언제부터 먹었다고 상어류의 씨를 말려 기름을 짜내려고 바다에서 광분해 있다. 어느 선진국은 10명중 3명이 비만으로 수백억 달러의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고 있으나 답이 없다. 한 때 우리도 값이 싸고 작은 고기는 두엄(비료)으로 만들거나 그물에서 털어내 버렸다. 생김새가 혐오감이 있는 고기도 마구 버렸으나 요즘에는 수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꼴뚜기가 어물전을 망신시키지 않는다. 우리가 수산자원을 아끼는 첫걸음은 대소(大小)나 미추(美醜)가 아니라 모든 자원에 감사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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