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봉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연구본부장

□ 우리나라 수산업 실태

우리나라의 수산물 생산량은 일반해면어업, 즉 연근해어로어업과 원양어업을 중심으로 1980년대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그러나 1986년의 약 360만 톤을 정점으로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2000년대 초반에 250만톤 수준으로 크게 하락했다.
이후 정부의 수산자원 회복 노력과 양식생산의 호조로 최근에는 전체 생산량이 1990년대 수준으로 회복됐다. 실제로 생산량의 감소세가 유지됐던 2000년 대비 2009년의 연평균 증가율을 보면 전체 어업 생산은 2.7%, 그 중 양식업이 8.1%로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지난 2006년은 우리나라에서 어업생산통계가 집계된 이래 처음으로 천해양식어업 생산량이 일반해면어업의 생산량을 넘어선 해로 기록됐다. 우리나라 어업생산에서 천해양식어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970년 12.7%에서 1980년 22.4%, 1990년 23.6%, 2000년 26.0%, 그리고 2009년에는 41.3%로 계속 증가해 왔다. 그러나 과거 수산업 생산을 주도해왔던 일반해면어업과 원양어업의 생산은 감소 내지 정체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양식산업은 국내 수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견인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라 할 수 있으며, 국민들에게 수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주요 식량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한국 수산업의 국민경제적 위치

먼저 수산업의 국민경제적 위상 변화를 GDP(부가가치) 측면에서 살펴보면, 1970년 어업 부가가치(명목)는 약 436억 원으로 국민경제 전체 부가가치인 2조 5,300억 원의 1.72%를 차지하였다. 그러나 2009년 현재의 어업 부가가치는 2조 3,154억 원으로 절대적 규모는 과거에 비해 크게 증가했음에도 불구, 경제 전체 부가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0.24%로 급격히 감소했다. 즉, 어업 부가가치의 절대적 규모는 1970년에 비해 무려 50배 이상 늘어났지만, 부가가치의 비중은 7배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수산어획, 수산양식, 수산가공과 같이 수산업 부문별 부가가치의 규모 및 전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변화를 살펴보면 1970년 수산어획 및 수산양식 부문의 부가가치가 경제 전체 부가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18%, 0.28%였으나, 2008년 기준으로 수산어획 부문은 0.17%, 수산양식 부문은 0.05%로 부가가치 비중이 감소했다. 수산가공부문도 1970년 0.21%에서 2008년 0.1%로 비중이 감소했다. 수산가공 부문을 포함한 수산부문 전체의 부가가치 비중도 1970년 1.67%에서 2008년 0.32%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수산어획, 수산양식, 수산가공과 같이 수산업의 부문분류가 비교적 명확한 한국은 행의 소분류(168개 산업부문) 산업연관표를 이용해 세부 부문별 총산출액 및 부가가치액의 규모를 비교했다.
총 168개 산업의 총산출액(총투입액) 순위를 살펴보면, 수산가공 부문의 총산출액이 5조 6,792억 원으로 107위, 수산어획부문은 4조 6,313억 원으로 113위, 수산양식부문은 1조 7,383억 원으로 142위를 점하고 있다. 그리고 168개 산업의 부가가치 규모 순위를 살펴보면, 수산어획이 93위, 수산가공이 113위, 수산양식이 135위로 나타났다.

□ 한국 수산업의 국제경쟁력

분석대상 20개 국가별로 수산업의 교역(수출+수입) 규모를 비교해보면, 일본, 미국, 스페인, 중국, 캐나다, 노르웨이, 영국, 한국 등의 순으로 교역규모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 8개 국가가 세계 전체 수산물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52% 수준이다.
국가 전체의 교역에서 수산물 교역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라별로 비교해보면, 모든 국가가 1% 미만인 것으로 집계돼 사실상 미미한 수준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수산업 교역 비중이 큰 국가를 보면 노르웨이, 스페인, 베트남, 인도네시아, 일본, 뉴질랜드, 칠레 등의 순이며, 우리나라는 캐나다와 비슷한 0.22%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의 수산업 총산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하는 수산업 수출률을 계산해 보면 남아프리카공화국이 50.0%로 가장 높았으며, 캐나다 40.1%, 노르웨이 39.9%, 브라질 30.4%, 영국 26.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수산업 수출률이 9.6%로 나타났다.
국가별로 수산업의 무역특화지수를 비교해보면, 수산물 수입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특화된) 국가는 일본(-0.8), 한국 및 스페인(-0.4), 미국(-0.3)이며, 기타 나머지 국가들은 모두 수산물 수출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특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노르웨이의 무역특화지수는 거의 1.0(≒0.98)에 근접해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수산물 수출이 특화된 국가라 평가할 수 있다. 노르웨이와 더불어 칠레(0.93), 인도네시아(0.91), 필리핀(0.87), 뉴질랜드(0.85) 등의 수산물 수출 특화 정도가 다른 국가들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로 수산업의 부가가치율을 비교해보면 뉴질랜드가 94.3%로 가장 높고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브라질, 미국, 베트남, 중국 등의 순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미래 수산선진화의 기본구상 제언

우리나라의 수산업이 처한 현실을 고찰한 결과 우선 실태분석에서의 시사점은 한마디로 ‘향후 수산식품의 국내 수급불균형 문제를 심각하게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국민들의 수산물 소비는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수산물 생산의 정체와 어업 생산기반의 취약성, 그리고 어업경영의 불안정 등으로 수산물 생산은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있는 추세다.
한편, 수산업의 국민경제적 위상은 초라한 수준으로 전락해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멀어져 가고 있다. 또한 우리 수산업의 국제적 위상 역시 산업의 규모나 국제경쟁력에 있어서도 선진국뿐만 아니라 신흥수산국에 비해서도 뒤처지고 있다. 특히 전 세계 주요 수산국의 어업인 1인당 평균 연간 총산출 규모는 약 5만2천 달러이며, 영국은 22만 달러에 이르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2만 5천 달러에 불과하다.
최근 10여년 동안 세계적인 산업발전의 여건을 형성하는 근본적인 조류, 즉 메가트랜드는 우리 수산업에도 불가피하게 당면해 적절한 정책수단이 강구되지 않으면 국제경쟁에서 낙오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메가트랜드는 미래 세계경제의 변화와 형성에 핵심적인 영향을 미치는 근원적인 힘이자 대세로서, 개별 경영주체의 입장에서는 객체적 조건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또 정책적으로도 그 흐름을 변화시키는 것이 매우 제한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수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미국, 뉴질랜드, 영국, 노르웨이, 스페인, 일본 등 선진국형의 수산업 형태로 ‘선진화(advancement)’를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어떠한 유형의 수산선진화를 추구해 나가야 할 것인가?
수산업 선진화 유형을 부가가치율(혹은 소득기준)과 수산경영 규모 등의 산업적 핵심요소를 기준으로 ‘생계형 고소득 어업’, ‘플랜테이션형 어업’, ‘고부가가칟고소득 산업화’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최근의 시장개방과 글로벌화 등의 메가트랜드 하에서 우리나라 수산업의 질적인 변화 및 수산경제 주체의 변화 등을 함께 고려할 때, 수산업 경영체의 규모화·전문화와 적극적인 수요창출을 통해 리스크를 관리함으로써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가장 유용한 유형은‘고부가가칟고소득 산업화’이다.
이와 같은 수산업의 고부가가칟고소득 산업화를 실현하기 위한 전략으로 규모화, 기업화, 글로벌화를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규모화 전략이다. 수산업을 선진 산업화하기 위해서는 생산규모를 대형화할 필요가 있다. 이는 대량 원료 공급의 안정화와 수산 및 민간자본의 영입을 통해 산업화를 촉진하기 위한 것이다. 수산업은 수산자본 이외의 민간자본의 참여에 대한 배타적인 성향이 강하다. 이는 수산업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영세한 소규모 생산자의 집단이라는 점에서 경제적 약자로 보는 시각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산업의 선진 산업화를 위해서는 영세한 생계형 수산업자 이외에도 대규모 수산자본의 육성 또한 필수적이다.
둘째, 기업화 전략이다. 전통적 어촌경제의 주체를 기업화해 미래 수산업의 주역으로 전환해야 한다. 수산업이 역동적인 선진 산업으로 변모하기 위해서는 수산물 생산과 유통 등에 기업적 경영마인드 확산과 자본 참여는 핵심요소이다. 특히 수산업의 2·3차 산업화를 통한 부가가치의 창출을 위해서는 유통·가공분야 전문성을 가진 업체의 수산업분야 참여가 필수적이다. 규모화와 기업화, 글로벌화를 담당할 주체의 육성을 위해서는 이를 연결할 수 있는 글로벌 기업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셋째, 글로벌화 전략이다. 수산업의 글로벌화 전략은 수산업 혹은 수산기업이 자신의 생존전략 차원에서 세계적 연계 또는 통합적 과정에서 전략적 혹은 정책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말한다. 수산부문에서 전개되는 글로벌화는 수산물의 생산, 판매, 가공, 시장 등의 전 분야를 발전·확장시키고, 이를 통해 사회·경제적 성장동력의 제공, 기술적 능력을 수산분야에 확산시키는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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