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지하철에서 월간 잡지사 중년 기자가 수첩을 보고 있는 나를 향해서 손에 들고 있는 수첩이 신기한 듯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는 자기 신원을 밝히고 수첩에 대한 몇 가지를 물어왔다. 어르신 수첩을 보여 주시고 매년 쓰고 있는 수첩이 집에 보관되어 있으면 사진을 찍어 자기에 보내 달라는 것이었다. 조금 의아스럽긴 하였지만 무엇인가 글의 소재가 될 것같은 생각에 그러겠노라 대답을 하고 다음 날 6년간 일기를 쓰듯 메모한 수첩 6권을 찾아 사진 영상으로 보내주었다. 그리고 두 달쯤 후에 소식을 전해왔다. 책이 나왔으니 만나 보자는
지난 가을 연휴에 가족이 강화도 외포리의 유명한 꽃게마을에서 다양한 꽃게요리로 점심을 하고 외포리 선착장 인근 바닷가에서 확 트인 먼바다를 보면서 거닐고 있을 때 물이 빠진 갯가에는 낚시인들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일렬횡대로 늘어서 무엇인가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보는 장면이라 궁금하기에 가까이 가서 낚시인들에 물어보니 갯벌에 곧 물이 들어오면 때를 맞추어 망둥어가 물과 함께 들어오기를 기다리노라고 얘기했다.망둥어는 「봄보리멸 가을 망둥어」란 말이 있드시 초여름에는 먹이 활동이 활발하여 살을 찌우고 가을이 되면 깊은 바다로 내려가 초가을
어느 자리에선가 지인으로부터 바닷물고기 중에 숭어가 흔한 물고기로 인기도 별로 없는데 숭어를 그리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니 어찌된 일이냐고 물어 왔다. 갑작스런 숭어의 물음에 대충 설명은 하였지만 숭어 자체가 별로라는 생각에 조금 어설픈 답변이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예전에는 위험한 바다로 나가서 하는 고기잡이가 두려워서 강 하구나 내만에서 손쉽게 잡을 수 있는 것이 숭어이다 보니 고급어종으로 대접받아 왔으나 근래에 와서는 선박과 어업기술이 발달되면서 근해에서 원양으로 진출하고부터는 숭어는 고급 어종에서 밀려나 일반 서민 물
동창생 몇 사람이 매달 모임을 가지면서 동창 간에 근황도 살피고 안부도 전하는 집행부라는 명분으로 그렇게 시작한 것이 벌써 5년째다. 송파 가락골에 줄 서는 낙지집에서 조촐한 낙지볶음과 돌솥밥 그리고 막걸리(탁주)가 주 메뉴지만 어느덧 낙지도 매콤한 맛에 막걸리를 곁들여서 매달 한 번꼴로 먹는 셈이지만 먹으면 먹을수록 댕기는 오묘한 맛에 빠져들고 있는 것 같다. 그러면서 홍탁삼합이 있듯이 우리도 낚지볶음에 탁주를 함께하니 낙탁삼합이라 그럴듯한 이름을 지으니 나름대로 세 가지 음식을 즐기고 있는 것 같다.아니 홍탁삼합도 있는데 낙탁삼
평소 물고기에 대하여 많은 관심으로 자료를 찾아보고 들여다보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우리들은 일반 물고기는 그대로 먹고 있지만 너무도 다르게 먹는 독특한 물고기가 있다면 그것은 홍어를 두고 한 말이다.홍어는 죽은 지 1시간만 지나도 썩는 냄새가 날 정도로 발효가 빠른 물고기다. 오히려 발효가 빨라서 코를 찌르는 암모니아 냄새가 나야만 특유의 맛을 즐길 수 있다면서 상한 고기를 먹어도 식중독을 일으키지 않으니 신기한 물고기이기도 하다. 그런 물고기를 두고 그 맛에 대하여 서로 상반된 얘기로부터 호평이 있는가 하면 악평으로 맞서고
우리나라 연근해에서 잡히는 오징어는 살오징어, 화살오징어(한치), 갑오징어가 있으며 이 중에 동해안에서 잡히는 살오징어가 제일 많이 잡히고 있다. 화살오징어는 살이 연하고 껍질이 약하며 다리 길이가 짧아서 한치(3.3㎝)밖에 안된다고 해서 한치라 이름 붙여졌다. 이는 짧은 다리지만 다리10개 중 양쪽 2개는 일반 오징어와 같이 길다. 한치는 여름철 제주와 남해안 그리고 강원지역에서도 생산되고 있으나 맛이 좋고 귀하다 보니 최근에는 베트남산 냉동한치가 수입되고 있다. 갑오징어는 등쪽에 뼈같은 갑이 있으며 육질이 연하며 단맛이 있다.
바다물고기 중에 호남 특산물 홍어는 그 식감과 먹는 방법이 일반 물고기와 다르게 독특해서 사람들 입에 많이 오르내리는 물고기이다. 그런 홍어를 유별나게 좋아하고 찾아서 먹겠다는 사람들은 거의 그 지역 호남 사람들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런데 내 주변의 고향 동창생이 홍어를 좋아한다면 내 편에서 의아스럽고 이해가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선 홍어의 참맛은 고약한 향취가 코끝에 톡 쏘고 내음과 곰삭은 고기 맛 때문이라 할까. 졸업 후 자주 만나지 못하던 고향 동창생이 자주 어울리게 된 것도 홍어 때문이 아닌가 기억된다.오래 전에 전문지에
우리는 살아가면서 사찰(절)에 가는 기회가 많이 있다. 화창한 날씨에 강화도로 가게 되면 고향 같은 넓은 바다도 보이지만 유명한 사찰 전등사에도 가게 된다. 사찰에 가면 처마 밑에 물고기가 바람을 맞아 풍경소리가 울려퍼지면서 무심코 풍경소리를 듣게 된다.처음에는 풍경소리를 흘려 보내지만 여러 번 듣게되 면 귀를 기울이게 되고 왜 하필 처마 끝에 물고기를 매달아 놓았을까 하고 생각에 젖어들게 된다. 아니 한번 쯤은 사찰에 물고기가 매달려 있는 의미를 되새기게 되고 한 마리의 물고기가 사찰에 있는 의미가 얼마나 깊고 진한 여운을 남겨주
지난달 남해 현장에서 잠시 상경한 귀한 시간에 새우양식의 선구자 김진호 사장을 만나 점심을 같이하면서 그간에 우리나라 새우양식에 변천사를 들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적어도 새우 양식의 중요 부분을 산증인으로부터 경험담을 듣기가 쉬운 일이갰는가.우리나라 1960년대 후반부터 대하(새우)양식은 김 사장 주도하에 두산산업 서산 양식장에서 비롯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0년 대까지 대하양식은 매년 생산량이 증가되면서 대하양식의 주종을 이루고 있었으나 대일 수출을 하면서 일본측으로부터 대하를 큰 사이즈만을 고집할 뿐 아니라
삶이 즐거우려면 입이 즐거워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러자면 미식가처럼 맛있는 음식을 찾아 먹어야 한다. 겨울이 다가오는 요즈음에는 저절로 생각나는 겨울철 방어의 입에 살살 녹는 부드러운 맛이 떠오르게 하고 있다. 제주의 겨울 방어는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가 맛이 가장 좋을 때이다. 제주 마라도의 방어잡이는 새벽 4시에 출어하여 현장에 도착하면 어부들은 바쁘게 준비해온 자리돔을 바다에 뿌려서 방어가 모이게 하고 자리돔을 미끼로 외줄낚시 방어를 잡아낸다.대방어는 보통 15∼20 kg짜리가 낚시에 걸려서 올라오는데 그때 신속히 쪽대그
우리나라에 어류도감에 해당하는 고전 3대 어보가 있다. 이들 3대 어보는 신비스런 생명체의 호기심에서 시작하여 자료 수집과 함께 오랜 세월과 시간의 흐름 속에 치열하고 열정적인 기록들이 오늘날 방대한 정보의 바다를 이루는 기초가 되고 있는 것이다. 3대 어보들의 내용과 그 특징을 살펴보면 첫째, 1803년 「우해이 어보」는 저자 김려가 경상도 진해지역에 귀양을 가서 그 지역의 물고기에 대하여 쓴 어보이다. 여기에는 어류 53종 갑각류 8종 패류 10여종을 소개하고 있다.두 번째 1814년 정약전의 「자산어보」이다. 정약전이 천주교
바다와 특별한 인연을 가져서인지 시인이시며 문학회 회장께서 ‘늙은어부’시 한편을 보내왔다. 해장국 한 그릇에 소주 한잔 붓고/ <중략> 지난밤 사투 끝에 날카로운 날이 서고/집어등 혓바닥 위에 드러눕는 늙은 어부/살을 에는 짠내 속에 그물이 펼쳐지자/허리 펼 겨를없이 또다시 잡아당긴/풍화된 슬픔 덩어리 선단 위에 쏟는다.세계적인 바다문학의 대표작을 꼽으라면 단연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라 말할 수 있다. 헤밍웨이는 평소 인근 쿠바를 자주 방문하며 이바나 동쪽 ‘코히마루’라는 작은 어촌마을에서 요트를 즐기고 바다낚시를 즐겼다.쿠바에
우리나라 수산양식업계의 기초를 다지는데 일조한 보람된 일을 과연 하였을까 하고 잠시 뒤돌아보게 하고 있다. 새우양식업의 선구자인 김진호 사장은 한국새우양식협회장도 역임했지만 초창기부터 새우양식을 위한 외길을 걸어오면서 전문 지식을 쌓았고 팔순이 넘는 현재까지도 새우양식 현장에서 뛰고 있는 자랑스러운 수산인이다. 그에게서 뜻밖에 문자 메시지가 왔다.「선배님. 어떻게 거울을 비춰보듯 글을 쓰셨는지 혜안에 감동하며 한편으로 부끄럽기도 합니다. 이것이 인생인가 봅니다. 모질게 지켜온 인내의 끝자락입니다. 오늘이 있기까지 선배님의 무언의 후
우리나라 남서해안에 갯벌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유용하고 보배로운 것이다.세계 자연유산으로 등재된「한국의 갯벌」이며 전남 여자만에 위치한 순천만 갯벌과 보성 갯벌은 우리나라 연안 습지로 람사르 협약(국제적인 습지지구)에 등록되어 있다. 그것은 바다속이 아닌 갯벌에도 온갖 바다 생물이 살아가는 바다의 터전이기 때문이다.벌교 앞바다 갯벌은 오염되지 않고 꼬막이 살아갈 수 있는 최상의 해양조건을 갖춘 곳이기도 하고 고창군과 부안군으로 이루어진 내만은 모래 갯벌이나 혼성 갯벌이 발달된 곳으로 바지락이 가장 살기 좋은 환경으로 우리나라 곰소만
추석 연휴에 초등학생 손자가 꽃게 먹으러 가자고 하여 우리 내외와 아들네 가족이 강화도 외포리에 있는 꽃게마을을 찾아 나섰다. 예전에는 대로변에 한두집이 보였는데 이제는 꽃게 전문식당이 늘어선 마을을 이루고 있었다. 그것도 큰 식당에 번호표를 받고 순서대로 입장하는 그렇게 꽃게를 찾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느낌이 들었다. 꽃게의 다양한 요리 꽃게탕, 꽃게찜, 꽃게무침, 간장게장등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었다. 꽃게는 6월에 잡은 게가 가장 맛이 있다는 것은 7~8월 산란기를 앞두고 살이 오르고 게 뚜껑에는 노란 알과 내장이 가득차 있
새우는 동해안의 도화새우, 서해안의 대하와 보리새우가 우리나라에 중요한 새우 자원이다. 남해 새우 양식장의 김진호 사장으로부터 지난 9월 초 현장에 다녀갈 것을 초청하는 전화가 왔다. 김 사장은 강릉 고향에서부터 부산까지 아끼는 학교 후배다. 50여년 전 두산산업 서산 새우양식장에 전공을 살려 현장 경험을 쌓도록 권유하면서 불모지에 새우양식 초창기에 양식 현장의 어려움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안타까운 현실을 생각했지만 이를 극복하고 불굴의 의지로 팔순이 넘도록 새우 양식에 전념하는 선구자로 활동하고 있는 진정한 수산인이 아닌가 생각된다
청어는 한류성 어류로 대표적인 등푸른 생선이다. 우리나라 청어는 과거에는 동해와 서해에서 많이 잡혔지만 60년대 이후는 동해에서 조금 비칠 뿐 어획량이 급격히 감소되었다.「세종실록 지리지」에 보면 「맛좋은 청어 많이 먹기는 명태」라고 알려져 있듯이 청어는 고소하고 단백한 맛이 뛰어나다. 「자산어보」에도 청어는 알을 낳기 위해 해안을 따라 떼를 지어 그 수가 바다를 뒤덮을 지경이라고 했다. 청어는 엄청난 생식 능력으로 겨울철 산란기에는 연안에 해조류와 모래밭에 산란하여 일본과 영남지방에서는 예로부터 많은 자손을 얻기 위해 정초에 청어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 동북에 있는 섬 「라스팔마스」는 대서양에서 중요한 원양어업 전진기지로서 원양어업 진출의 발판이 되는 중요한 섬이다. 이 섬은 1883년 개항 이래 유럽, 아프리카에서 아메리카까지 대륙을 잇는 삼각무역의 중계항으로 발전되었고 농수산물 가공과 조선업 등이 발달된 섬으로 알려져 있으며 기후는 계절 변화가 없는 온화하고 해안 경치가 뛰어난 아름다운 관광지이며 휴양지이다.최근 영구 귀국한 동창생은 이곳에서 50년 가까이 살면서 이곳에서 생을 마감하리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나이 들어보니 역시 의료 시설이 좋고 친인척과 친
우리나라 제주도는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볼거리도 많지만 해산물이 풍부한 제일큰 섬이다. 해산물이 건강식이니 맛까지 좋다면 금상첨화다. 그 해산물로 만들어진 음식물이 육지에는 없고 특별나기에 여러 번 제주도에 다녀오면서 그 별난 음식들을 생각나는대로 떠올려 보면 제주도의 특산물 옥돔은 선물용으로 구매도 했고 구이로는 여러 번 먹어도 보았지만 애월항에서 맑은 옥돔국을 먹어 보기는 처음인 것 같았다.남쪽 한림항에서 넘어온 옥돔을 끓이는 옥돔 맑은국은 큰 대접으로 생옥돔 한 마리를 담겨져 보기에도 크고 실했다. 국물은 옥돔의 고소함과 무
진주는 땅에서 캐내는 보석이 아니라 바다 속의 조개 안에서 만들어지는 바다의 선물이고 인류 최초의 보석이라고 한다. 서양에서는 결혼할 때 시집가는 딸에게 특이하게도 진주를 선물하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그때 진주를 가리켜「얼어붙은 눈물」이라고 부르면서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딸이 시집살이에 속상할 때 조개가 자기 안에 들어온 모래로 인해 받는 고통을 이겨내고 아름다운 진주가 탄생되는 것처럼 참고 견디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고 한다.서양 풍습이 얼마나 절묘하고 상징적인 선물일까. 과연 진주가 바다에서 고통스럽게